사용자 문제 정의, 처음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출발점
처음 이 계산기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저는 사용자의 문제를 꽤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날짜를 계산할 때 공휴일까지 반영해서 손으로 세야 하는 일이 번거롭고, 그 과정을 자동화해 주면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그 생각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날짜를 일일이 세는 일은 분명 귀찮고, 자동 계산은 분명 편리합니다. 저도 그 불편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페이지를 만들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작업이 끝난 뒤 다시 보니, 제가 본 문제는 진짜 문제라기보다 문제의 겉면에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사용자가 계산기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날짜를 알고 싶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날짜를 알아야 더 큰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차이를 만들고 나서야 조금 선명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화면은 완성됐고 계산도 가능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이게 정말 꼭 필요한 도구였나 하는 질문이 남았습니다. 그 질문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제가 처음 정의한 사용자 문제가 충분히 깊지 않았다는 뜻이었습니다.

표면적 문제 해결, 계산기는 만들었지만 남는 허전함
지금의 페이지는 분명 표면적인 문제를 해결합니다. 시작일을 넣고, 휴가 일수를 넣고, 공휴일 반영 기준에 따라 종료일을 계산해줍니다. 이 기능만 놓고 보면 엑셀보다 편하고, 사람이 손으로 다시 세는 수고도 덜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생각해 보면, 이 계산기가 정말 사용자의 핵심 고민을 긁어주고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저 스스로도 만들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쉴 수 있을까였는데, 정작 지금 페이지는 그 질문에는 답을 주지 못합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허전함이 생겼습니다. 계산기는 작동하지만, 사용자가 진짜로 궁금해하는 선택의 문제에는 닿지 못한 것입니다. 휴가를 언제부터 써야 더 길게 이어질지, 육아휴직을 어떤 흐름으로 붙이는 게 유리할지, 공휴일과 주말을 어떻게 활용하면 실제 체감 휴식이 늘어날지 같은 질문은 남아 있습니다. 저는 사용자의 불편을 해결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계산 가능한 부분만 해결한 셈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기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배웠습니다. 사용자가 가진 불편 중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부수적인지 구분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진짜 불편 발견, 하루라도 더 쉬고 싶은 마음을 놓쳤다는 깨달음
곰곰이 돌아보니, 이 서비스를 찾는 사람의 마음은 꽤 단순합니다. 정확한 날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 휴가와 휴직을 어떻게 써야 가장 유리할까 하는 감각입니다. 말하자면 사용자는 숫자 자체보다 선택을 도와주는 정보를 원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처음에 계산만 정확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정확한 계산 위에 해석과 추천이 더해져야 진짜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처음 기획할 때는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이건 저에게 꽤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분명 그 입장을 한 번 겪어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흐릿해지면서, 실제 사용자의 감정보다 눈에 보이는 계산 문제에 더 집중해버렸습니다. 저는 이 점이 아쉽기도 했고, 동시에 중요하게 남았습니다. AI는 겉으로 드러난 문제를 빠르게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데 강하지만, 사람이 진짜로 불편했던 순간의 감각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합니다. 결국 그 감각을 다시 꺼내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다시 질문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작업을 하며 그 사실을 꽤 무겁게 느꼈습니다.
다음 계산기 기획, 사용자 문제를 더 깊게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결론
그래서 다음에 비슷한 페이지를 만든다면 저는 계산기 기능부터 정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사용자가 정말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물어볼 것 같습니다. 사용자는 종료일을 알고 싶은 걸까, 아니면 최적의 휴가 시작일을 추천받고 싶은 걸까. 사용자는 공휴일 반영 계산 자체가 필요할까, 아니면 가장 오래 쉴 수 있는 조합을 알고 싶은 걸까. 이런 질문이 먼저 나와야 서비스가 더 쓸모 있어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이번 경험을 통해 바이브코딩이 유용하다는 점에는 여전히 동의합니다. 실제로 막막한 상태에서도 하나씩 결과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줬고, 생각을 문서와 구조로 옮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바이브코딩만으로는 진짜 문제 정의까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배웠습니다. 도구는 빠르게 만들 수 있어도,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이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더 쓸모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코드를 잘 쓰는 능력 못지않게 사용자의 문제를 더 정확히 보는 힘을 기르고 싶습니다. 그게 결국 AI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습니다.